"고객님, 7년만 납입하시면 10년 뒤에 135% 확정 지급! 비과세는 덤이고요!"
아마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솔직히 귀가 솔깃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몇 년 전에 월급 통장 만들러 은행 창구에 갔다가, 정말 홀린 듯이 상담받고 가입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제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은 딱 하나였어요. '그래서... 이게 진짜 은행 예금보다 나한테 이득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며칠 밤낮으로 상품설명서랑 씨름했던 것 같아요. 오늘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사도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진짜' 속내를 낱낱이 파헤쳐 드릴게요!
'환급률 135%'의 마법, 숫자에 속지 않는 법
가장 먼저 깨야 할 환상이 바로 '환급률'이라는 단어의 함정입니다. 우리는 보통 '수익률'이라는 말에 익숙한데, 보험사는 교묘하게 '환급률'이라는 말을 쓰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환급률은 절대 연 수익률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시키면 커피값만 내는 게 아니잖아요? 멋진 인테리어, 편안한 의자, 와이파이 같은 자릿세가 포함된 거죠. 보험도 똑같아요. 우리가 낸 돈에서 '사업비'라는 자릿세를 떼어갑니다. 설계사 수수료, 회사 운영비 같은 것들이죠. 이 사업비 때문에 초기 원금은 반 토막 나기 십상이고, 원금을 회복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 135% 환급" 상품의 진짜 수익률을 따져보면 어떨까요? 매년 꾸준히 돈을 넣어서 10년 뒤에 135%를 받는다는 건,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고작 2~3%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돈이 꽁꽁 묶여있던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흠, 글쎄요. 뭔가 속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실제 수익률 비교: 단기납 종신보험 vs 정기예금 (feat. 엑셀)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제가 직접 엑셀을 두드려 봤습니다. 매월 50만원씩 7년간(총 4,200만원), 단기납 종신보험과 연 3.5%짜리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 10년 뒤에 어떻게 되는지 비교해 볼게요.
구분 | 단기납 종신보험 (7년납) | 정기예금 (연 3.5% 복리, 세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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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납입완료) | 환급률 약 95% (약 3,990만원) | 약 4,750만원 (이자과세 후) |
10년차 (만기) | 환급률 135% 가정 시 약 5,670만원 (비과세) | 약 5,280만원 (이자과세 후) |
특징 | - 중도 해지 시 큰 원금 손실 - 사망 보장 기능 포함 | - 언제든 해지 가능 (원금보장) - 순수 저축 기능만 있음 |
표를 보면 어떠신가요?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텼을 때, 비로소 단기납 종신보험이 예금을 역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7년 차까지는 처참한 수준이죠. 만약 중간에 급전이 필요해서 해지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결국 '10년간 절대 깰 일 없는 여윳돈'이라는 전제가 붙어야만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는 거죠.
왜 사람들은 '손해'인 줄 알면서도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할까?
여기까지 보면 '저런 걸 왜 가입해?' 싶으실 거예요. 근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가입하고, 또 만족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여기엔 몇 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첫째는 '강제 저축'의 힘입니다. 제 친구 중에 월급만 들어오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녀석이 있었어요. 걔는 예적금은 넣자마자 깨기 일쑤였는데, 해지하면 손해가 막심한 이 보험을 들고 나서는 7년을 꾹 참고 버텨서 결국 목돈을 만들더라고요. 그 친구에겐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거죠.
둘째는 '보장'이라는 안전망입니다. 종신보험은 뭐니 뭐니 해도 '보험'이에요.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이 지급되죠. 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축과 보장을 한 번에 해결하고 싶은 사람에겐 꽤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요.
마지막으로 '비과세 혜택'이라는 달콤한 유혹도 한몫합니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15.4%가 면제되니까요. 물론, 그 혜택을 받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낮은 초기 수익률, 유동성 제약)을 생각하면 이게 항상 유리한 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2025년, 이런 사람이라면 단기납 종신보험도 괜찮은 선택!
자, 그럼 결론을 내볼까요? 단기납 종신보험이 모든 사람에게 나쁜 상품은 절대 아닙니다. 이건 마치 망치와 드라이버 같아요. 못을 박아야 하는데 드라이버를 쓰면 안 되겠죠? 목적에 맞게 써야 빛을 발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혹시 아래 4가지에 해당한다면, 당신에게 단기납 종신보험은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 1. 10년 이상 묵혀둘 명확한 장기 목표가 있다. (예: 자녀 대학 등록금, 내 결혼자금, 부모님께 드릴 증여 자금 등)
- 2.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깰 일이 없는 '진짜' 여유 자금으로 하는 것이다.
- 3. 나는 저축 의지가 너무 약해서, 해지하면 손해 본다는 강력한 페널티가 필요하다.
- 4. 사망 보장과 장기 저축, 이 두 마리 토끼를 하나의 상품으로 심플하게 관리하고 싶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굳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이, 예적금이나 다른 투자 상품으로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결론: 저축이 아니라, 보장 기능이 있는 '금융 도구'
오늘 긴 이야기를 나눴네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보장 기능이 있는 장기 금융 상품'이라는 것. 예적금과 단기납 종신보험은 서로 경쟁하는 라이벌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다른 축구팀의 공격수와 수비수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돈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이에요. 이 돈은 3년 뒤 전세자금, 이 돈은 20년 뒤 노후자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이름표에 맞는 금융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재테크의 첫걸음입니다.
이 글이 당신의 소중한 돈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했거나,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다른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